챗GPT와 인간 두뇌 (능동적 추론, 프리스턴)
챗GPT는 단순한 언어 생성 도구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사고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입니다. 특히 인간의 뇌가 외부 세계를 예측하고 학습하는 방식과 챗GPT가 언어를 이해하고 출력하는 방식 사이에는 놀라운 유사점이 존재합니다. 신경과학자 칼 프리스턴(Karl Friston)이 제안한 '능동적 추론(Active Inference)' 이론은 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모델로, 챗GPT와 같은 AI 시스템의 구조적 개념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간의 두뇌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챗GPT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능동적 추론 이론이 AI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비교하며 설명합니다.
1. 인간 두뇌의 작동 원리와 능동적 추론
인간의 두뇌는 단순히 외부 자극을 수용하는 수동적 장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뇌는 내부적으로 세상을 예측하고, 그 예측 결과와 실제 감각 입력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행동하거나 사고의 방향을 조정하는 매우 능동적인 시스템입니다. 칼 프리스턴의 능동적 추론 이론은 이러한 뇌의 작동 방식을 '자유 에너지 최소화(free energy minimization)'라는 수학적 틀로 설명합니다. 자유 에너지는 예측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뇌는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모델을 수정하거나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성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을 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신의 뇌는 이 장면을 과거의 경험과 연관 지어 "아는 사람이 나를 보고 인사했다"고 해석합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실제로는 낯선 사람이고, 그 사람은 뒤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면, 이때 뇌는 자신의 예측 오류를 인지하고 내적 모델을 조정하게 됩니다. 이처럼 인간의 두뇌는 경험을 통해 내면의 세계 모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예측하며 학습합니다. 이러한 작동 방식은 우리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이해하며,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인간의 인지는 정보 수용이 아니라 정보 예측과 해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AI 시스템을 설계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원리이기도 합니다. 능동적 추론은 뇌과학, 인공지능, 행동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으며, 특히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설계나 인지형 로봇 개발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2. 챗GPT의 작동 방식과 인간과의 유사점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자연어 처리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 중 하나로, 대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여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문장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모델입니다. 챗GPT는 이러한 GPT 구조를 기반으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사용자의 입력을 문맥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응답을 생성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챗GPT의 핵심 원리는 '다음 단어 예측(next token prediction)'입니다. 즉, 주어진 문장이나 질문을 바탕으로 다음에 올 단어나 문장을 확률적으로 계산하여 생성합니다. 이 과정은 Transformer 모델의 자기어텐션(self-attention) 메커니즘을 통해 수행되며, 모델은 입력된 모든 단어의 관계를 고려하여 가장 자연스러운 출력을 도출합니다. 이 작동 원리는 인간 뇌의 예측 기반 사고와 매우 유사합니다. 우리가 말을 듣거나 문장을 읽을 때, 뇌는 문맥을 파악하고 다음에 올 내용을 미리 예측하며 이해를 확장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라는 문장을 들으면, 뇌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단어들을 자동으로 추론합니다. 챗GPT 역시 이런 방식으로 학습된 수많은 언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입력에 가장 어울리는 답변을 예측하여 출력합니다. 챗GPT는 감각 입력이나 물리적 행동을 할 수는 없지만, '예측'이라는 점에서는 인간 두뇌의 추론 시스템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GPT-4에서는 긴 문맥을 유지하고, 다단계 질문에 논리적으로 연결된 응답을 생성하며, 유머, 풍자, 감정적 뉘앙스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 모델을 넘어, 인간의 사고 흐름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3. 프리스턴 이론의 AI 적용 가능성과 미래 전망
능동적 추론 이론은 AI 기술의 미래 발전 방향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철학적이면서도 수학적인 프레임워크입니다. 특히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받아 출력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예측하고 그 예측의 정확도를 평가하여 모델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이는 능동적 추론의 실질적 구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다양한 AI 분야에서 능동적 추론의 원리가 실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은 AI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 전략을 수정하는 기술인데, 이는 자유 에너지를 줄이려는 능동적 추론과 동일한 논리를 따릅니다. 또한,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은 명시적인 정답 없이 AI가 입력 데이터를 스스로 구조화하고 예측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자율 학습 방식과 흡사합니다. 향후 챗GPT가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단순한 언어 모델을 넘어 환경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범용 A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로 발전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실시간으로 추론하여 응답의 방향을 바꾸거나, 과거 대화 내용과 외부 데이터까지 고려하여 더 정교한 예측을 수행하는 기능은 모두 능동적 추론의 적용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칼 프리스턴 이론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의 작동 방식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모델링하여, 인간 수준의 인지와 자율성을 갖춘 기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챗GPT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구조는 인간 사고의 주요 원리 중 하나인 ‘예측 기반 사고’를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향후 능동적 추론이 실제 상용 AI 시스템에 널리 적용된다면, 인간과 기계 간의 소통 방식 자체가 바뀔 것이며, 의료, 교육, 디자인,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챗GPT는 언어 생성 AI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 두뇌와 유사한 예측 기반 처리 구조, 능동적으로 정보에 반응하는 추론 방식, 그리고 맥락을 유지하며 대화하는 기능은 모두 프리스턴의 능동적 추론 이론과 일맥상통합니다. 앞으로 AI가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지 이론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이제 우리는 인간과 AI가 공진화(co-evolution)하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으며, 그 중심에는 ‘능동적 추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GPT와 인간 두뇌의 구조적 유사성은 이 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