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점점 더 인간처럼 말하고 사고하는 듯 보이지만, 때로는 전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매우 자연스럽고 신뢰감 있게 전달해 사용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곤 합니다. 특히 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은 일상적 대화나 정보 제공에서 매우 유창하게 응답하지만, 의도치 않게 오류를 포함한 내용이나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I는 왜 거짓말처럼 들리는 답변을 생성할까요? 이는 단순한 기능적 오류가 아니라, 자연어처리 기술의 구조적 한계와 맥락 이해의 부족, 그리고 언어 모델의 작동 원리에서 비롯됩니다. 본 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어처리 기술의 작동 원리, 오류 발생 요인, 맥락 해석의 한계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자연어처리(NLP)의 작동 원리
자연어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는 인간 언어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AI 언어모델의 핵심 기반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단어의 의미, 문법 구조, 문맥을 고려하여 문장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장을 생성하는 데 사용됩니다. GPT와 같은 언어 모델은 수천억 개의 문장 데이터를 학습하여, 각 단어가 어떤 문맥에서 주로 쓰이는지를 통계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모델들이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한 단어의 배열'을 우선시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국의 대표적인 마야 문명 유적은?"이라는 질문처럼 말이 되지 않는 질문에도 AI는 문법적으로 자연스러운 답변을 생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마야 문명'과 '한국'이라는 키워드를 조합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며, 그것이 비록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기대할 만한 구조로 답변을 작성합니다. 또한, GPT는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처럼 문장의 배경이나 문화적 맥락, 감정 등을 해석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단어 사이의 연관성만을 고려해 결과를 도출합니다. 이는 AI가 언어를 '의미'로서가 아니라 '통계적 패턴'으로 인식하고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롯된 한계입니다. 결국 이러한 원리로 인해 AI는 거짓을 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비논리적이거나 사실과 무관한 답변을 종종 매우 자연스럽게 생성하게 됩니다.
2. AI가 만들어내는 오류의 원인
AI가 생성하는 오류는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는 구조적인 한계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첫 번째 원인은 학습 데이터의 한계입니다. GPT 모델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서, 웹페이지, 포럼, 뉴스 등을 기반으로 학습하는데, 이러한 데이터에는 잘못된 정보, 루머, 편향된 견해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AI는 학습 시 이들 정보를 비판적으로 걸러내지 못하고, 단순히 텍스트 패턴으로 인식해 사용하게 됩니다. 두 번째 원인은 최신성 부족입니다. 대부분의 GPT 기반 모델은 특정 시점까지의 정보만을 반영하고 있으며, 학습 후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사실이나 사건에 대해 부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이후에 벌어진 정치적 사건이나 기술적 진보에 대한 질문을 하면, AI는 그 이전의 문맥과 정보로만 답하려고 하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합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 오류 발생 원인은 '지나친 확신'입니다. AI는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불확실한 내용을 ‘모른다’고 말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지식 범위 내에서 최대한 유사한 문장을 생성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 인물, 책, 사건 등을 그럴듯하게 조작해서 설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존재하지 않는 책 제목이나 허구의 연구 결과를 진짜처럼 인용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유도성 질문에도 AI는 쉽게 반응합니다. 질문 자체가 왜곡된 전제를 갖고 있더라도 AI는 이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한 뒤 그에 부합하는 답변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19세기에 스마트폰을 사용했나요?” 같은 질문에도 AI는 "19세기 후반 한국에서는 초기 형태의 통신기기가…"와 같은 식으로 잘못된 맥락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3.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
AI 언어모델이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맥락(Context)’에 대한 부족한 이해입니다. 인간은 발화의 배경, 감정 상태, 사회적 환경, 문화적 전통 등 복잡한 요인들을 바탕으로 언어를 해석하고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오늘도 한잔?”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직장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단순한 음주 제안일 수도 있으며, 반어적으로 피로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이러한 다층적 의미를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GPT는 본질적으로 '단어 간의 통계적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발화 상황이나 화자의 의도, 감정, 상황적 배경을 고려하지 못합니다. 이는 특히 풍자, 유머, 은유와 같은 언어 표현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며, 잘못된 해석이나 문맥 외 발언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사자처럼 말했어”라는 문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자가 말하는 동물'이라는 식의 잘못된 추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오류는 특히 창의적 글쓰기나 감정 대화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며, AI가 인간 수준의 대화를 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AI는 종종 질문의 전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그대로 응답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거짓 정보를 포함한 질문을 하면, AI는 그 전제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답변을 구성하려고 하며, 결과적으로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AI가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며, 스스로 오류를 감지하거나 정정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약점에서 비롯됩니다. 결국 이러한 맥락 해석력의 부족은 AI가 인간의 대화 파트너로 사용되기에 앞서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을 넘어, 정보 생성의 주체로서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인간처럼 정보를 '이해'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확률 기반의 언어 생성 모델에 불과합니다. 거짓처럼 들리는 말들은 대부분 의도된 조작이 아니라 맥락 없는 데이터 기반 생성의 결과입니다.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스스로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다양한 출처를 비교하며, AI의 응답을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언어모델은 더욱 진화하겠지만, 그만큼 사용자 역시 더욱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